▷난 속으로 ‘이 사람은 선수는 해도 감독은 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히딩크는 단지 축구장에서 선후배 관계를 무시해도 좋다고 가르쳤는지 모르지만 축구장 밖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홍명보는 그때나 지금이나 축구장 밖에서는 선배들을 깍듯이 대하라고만 후배들을 가르쳤는지 모르지만 축구장 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축구장 안과 밖이 그렇게 명확히 갈리지 않는다. 그 미묘함을 모르는 사람이 감독을 잘할 수 없다.
▷축구를 해본 사람은 축구장 안은 실력만이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2002년 국가대표팀의 막내 박지성이 했던 역할을 이번에는 막내 손흥민이 했어야 하는데 할 수 없었다. 히딩크가 가까스로 마련해 놓은 ‘실력 축구’의 토대가 홍명보의 ‘의리 축구’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홍명보가 벤치에 죽치고 있었던 박주영을 믿었다는 것 자체가 요행을 바란 것이다. 게다가 박주영은 후배들이 어떻게 해보기 어려운 그라운드 안의 맏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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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