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서울대 교수-제자 신영욱씨 30년 만에 만나 ‘인생수업’
지난해 6월 경기 여주시 나무농장에서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제자 신영욱 파라다이스 전무이사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 교수는 “나무를 키우면 할 일이 많아 더 부지런해지고 나무가 크는 것을 봐야 하니 더 악착같이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셜 제공
제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화두로 품고 살았다. 친구들에게 “절에 들어가려고 그러냐”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지만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1984년 수업을 들었던 스승이 떠올랐다. 제자는 “교수님이 세 차례의 암 수술, 갑작스러운 위출혈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는 이야기를 동창들에게 들었다. 그분이라면 인생에 대한 답을 알고 계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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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기억 속에 스승은 엄격하고 깐깐했다. 스승은 196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40년 6개월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각과 결석을 용납하지 않는 호랑이 교수로 이름 날렸다. 하지만 2010년 봄에 다시 만난 스승은 온화하고 친절했다. 스승은 “내가 원래 굉장히 재미있고 달콤한 사람인데, 학생 교육에 엄격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스승은 제자를 경기 여주시 자신의 나무농장으로 데려갔다. 스승은 2006년 은퇴한 후 나무를 가꾸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둘은 농로를 걷고 농장 일을 하며 스승의 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곽 교수는 세 차례 암 수술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대처법부터 어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지, 성공 목표를 어떻게 정할지 같은 인생의 지혜를 전수했다.
제자는 “말 한마디라도 놓칠까 녹취를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농장에 있던 종묘 봉투에도 메모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참삶’을 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자기 자신의 기준을 확고하게 세운 뒤 주도적으로 하는 선택인지, 삶의 기준에 부합되는 선택인지, 삶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지 스스로 물어서 하나라도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그 선택은 하지 않았다.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 TV 명사 초청 요리 프로그램 출연, 대형 컴퓨터회사 광고 모델을 거절한 이유도 기준에 맞지 않아서였다.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삶의 원칙에 어긋나는 입각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거절했다.”(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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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