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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의원, 팽씨엔 “가족 책임질게”… 변호인엔 “팽씨는 깡패”

입력 | 2014-07-03 03:00:00

‘의리’ 강조 김형식… 살인교사 혐의 서울시의원 ‘두 얼굴’




“혹시 집에 힘든 일 있으면 형식이(김형식 서울시의원)한테 연락해. 형식이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

4월 중국에 있던 살인 피의자 팽모 씨(44)가 아내 A 씨에게 이와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 씨가 “(김 의원이) 연락 와서 별일 없냐고 물어보는데?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라고 말하자 이에 답한 내용이었다.

또 팽 씨는 “형식이가 ○○이(아이 이름) 대학교까지 책임져 준다고 했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당시 A 씨는 팽 씨가 3월 발생한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걸 모르던 상황이었다. 이후 A 씨는 경찰에 “‘왜 형식이가 도와주지’란 생각은 잠깐 했지만 그땐 그냥 넘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 의원(44)은 팽 씨에게 “네 가족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범죄를 종용했고, 이후에도 ‘친구’와 ‘의리’를 강조해 왔었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이후, 김 의원은 모든 범행의 책임을 팽 씨에게 전가하고 ‘깡패’라고 지칭하며 이중적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 측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김 의원은 “시의원으로서 의리는 있으나 깡패인 팽 씨와의 만남을 가급적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라고 했고 또 “팽 씨와 술자리를 갖는 걸 아내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일 본보 기자가 만난 팽 씨의 지인은 “팽 씨는 김 의원을 ‘친구’로 생각했지만, 김 의원은 팽 씨를 ‘버리는 카드’로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여 동안 팽 씨에게 수시로 전화해 ‘친구야 도와줘’라고 했으면서도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은 “팽 씨가 송모 씨를 상대로 강도짓을 하려다 살인한 것”이라고 몰아갔지만 팽 씨는 송 씨의 사무실에서 수백만 원이 든 돈 가방을 들여다보고도 가방은 버리고 그 안에 든 서류봉투만 빼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팽 씨는 “김 의원이 찾아오라고 한 차용증을 찾기 위해 서류만 뒤졌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도덕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송 씨를 ‘스폰서’라며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영수증 처리해 주고 지역 행사 후원을 부탁하면 들어주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변호인 의견서에 ‘정치인들은 흔히 후원을 받으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한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살인교사를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스폰서에게 접대받는 정치인임을 인정하는 게 형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에선 팽 씨와 대포폰으로 통화한 이유에 대해 “팽 씨와 단둘이 룸살롱 등 은밀한 곳에 가기 위해”라고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포폰 3, 4대를 돌려 사용했고 그중 지난해 12월부터는 팽 씨와만 통화하는 대포폰을 개통했다. 이 대포폰은 팽 씨가 살인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출국한 3월 6일 이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경찰에 체포된 뒤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던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경찰은 2일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이 “지금까지 술값 등으로 송 씨에게서 7000만 원 정도 얻어먹은 것 같다”고 인정한 점을 토대로 뇌물수수 혐의도 함께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은지 kej09@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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