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온갖 의혹에서 나는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전근대성의 유령을 본다. 김 후보자는 제자들의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며 자신을 제1저자로 했다. 표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무임승차인데 스승이란 지위를 이용한 강압이거나 좋게 봐줘도 공모다. 신문사로 말하면 후배가 발굴하고 써온 기사에 선배 기자가 자기 이름을 달아 게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단언컨대 언론계에 이런 관행은 없다.
김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의혹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다.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수령, 승진 심사 논문 표절에 이어 사교육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명 당일 모두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액 자체는 얼마 안 된다고 하지만 그간 사교육을 비판하며 공교육 회복을 주장해온 교원대 명예교수이기에 배신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그런데 어제야 ‘김명수 칼럼’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김 후보자에게 석사학위 논문 지도를 받은 현직 교사 이희진 씨가 그의 기명 칼럼을 대필(代筆)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교수님이 말씀해주는 방향과 논지로 글을 쓰면 교수님께서는 그 글을 확인하고 조금 수정해 넘겼다”면서 “지난 족적이 낱낱이 밝혀지는 지금, 그 상황을 아는 제자들을 기만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무릇 칼럼의 본령은 비판이고, 나아가 칼럼은 그 사람 자체다. 칼럼을 대필시키고 수업도 대신 들어가게 한 사람이라면 장관 이전에 교수로서의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깔아뭉개고 두루뭉수리 넘어가려는 태도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휴대전화를 꺼놓고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라는 대형 이벤트 뒤에 숨어 “어떻게 되겠지” 하며 넘어가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이다.
사람들은 김 후보자에 대해 “마음씨 좋은 시골 할아버지 같다”고 한다. 품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낡아빠진 교육계 관행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밝혀진 의혹만으로도 그가 교육 개혁의 적임자가 못 된다는 점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카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길을 잃었을 땐 계속 나가기보다는 그 자리에 서 있어야 길을 찾을 확률이 높다. 김 후보자 대신 서남수 장관을 유임시키는 게 백번 낫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