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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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월드컵 무승’은 이번이 처음
아시아 동반 부진, 월드컵 출전수 축소 논의 일 듯
K리그 사랑이 한국 축구 부활의 원동력 될 것
한국 축구는 다시 한 번 변방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2014브라질월드컵은 너무나 쓰디쓴 생채기만을 남겼죠. 온갖 굴욕만 뒤집어쓰고 말았네요.
27일(한국시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는 정말 잔인한 곳이었습니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는 10명이 뛴 벨기에를 상대로 0-1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1무2패(승점 1)로 H조 꼴찌. 이 가운데 3득점을 했고 6실점을 내줬습니다. 희망의 빛이 전혀 안 보였던 건 아니었죠. 전반 44분 상대 미드필더 스테번 드푸르가 우리 공격수 김신욱의 발목을 의도적으로 밟으면서 퇴장당했습니다. 한국은 수적 우위라는 큰 기회를 얻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전까지만 해도 잘 풀리던 홍명보호의 공격은 다시 한 번 제자리걸음을 하고 말았습니다. 공격 횟수도, 슛 시도도 많았지만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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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긴 여운을 남긴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침통하고 쓰린 가슴을 쥐며 찾아간 아레나 데 상파울루의 기자회견장.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기자가 제게 불쑥 질문을 하네요. “2002년 이후 한국이 이렇게 못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왜 발전이 없었나? 홍명보 감독이 12년 전 한국 대표팀의 주장으로 뛰지 않았나?”
솔직히 불쾌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다면 방글라데시는 어째서 아예 월드컵에도 못 나가느냐”고 반문하며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죠. 저라도 그렇게 묻고 싶었을 테니까요. 대신 제가 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나도 모른다. 나중에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에 나오면 직접 물어보라.” 물론 그 기자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묻진 못했습니다. 벌겋게 얼굴이 상기된 채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던 홍 감독을 보며 자신도 마음이 안 좋다더군요.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 또 아시아 축구 팬으로서 말이죠.
물론 브라질월드컵에서 굴욕을 맛본 건 비단 한국만은 아닙니다. 일본도, 이란도, 호주도 일찌감치 짐을 꾸려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분명 실망스러운 상황이죠. 4.5장 주어진 월드컵 본선 출전권 축소도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습니다. 반대할 명분도 없고요.
결국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거죠. 이제는 머뭇거리고 안주할 시간이 없습니다. 대표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방편을 준비해야겠죠. 굳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훨씬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4년 뒤 러시아에서도 이번과 같은 악몽이 반복된다면 그 때는 정말 암흑기가 도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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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