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키르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경제연구소장
파벨 미나키르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경제연구소(ERI) 소장(사진)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고려인 60여 명이 북한을 가로지른 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부산까지 종주하는 행사(본보 18일자 A1면 보도)에 북한은 아직 통과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미나키르 소장은 “자격지심(콤플렉스)을 가진 북한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조만간 국경 개방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ERI는 극동지역 최대 규모의 러시아 국책연구소로 24,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협력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 과정에서 러시아 극동은 철도·항만 연결, 북극항로 개척 등 한국과 협력할 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 극동·시베리아를 21세기 발전의 지향점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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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5·24조치(천안함 폭침 이후 대북 투자·교역 금지)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남-북-러 철도 연결 등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미나키르 소장은 “북한이 적대세력에게 포위됐다는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10억 달러(약 1조175억 원) 상당의 부채를 탕감하고 고위 인사 방문을 통해 소방차를 지원하는 등 손을 내민 것도 체제 변화를 유도한다는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나키르 소장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릴수록 고난의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기 쉬워지는 만큼 인도적 대북 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북한으로부터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