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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브라질]‘용광로 월드컵’

입력 | 2014-06-20 03:00:00

[World Cup Brasil 2014]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이제 브라질에 적응이 됐나 싶을 때가 있다.

브라질의 대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사우바도르 등의 교통정체는 서울의 교통정체보다 한 수 위다. 시내에서 4km를 이동하는 데 자동차로 30분 넘게 걸릴 때가 많다. 출퇴근 시간에 공항에서 상파울루 시내까지 30km를 이동할 때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에는 이동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자동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래도 가는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국토 면적은 남한의 85배로 세계 5위 규모다. 도시 간 이동은 거의 비행기를 이용한다. 브라질 국내선은 악명이 높다. 지연은 보통이고 아무 이유 없이 결항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공항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려 비행기를 탄 적도 있다.

국내선 비행기도 환승이 있다. 작은 도시로 갈 때 환승 한두 번은 필수다. 직항으로 3시간이면 갈 곳을 환승과 대기 시간으로 8시간 만에 도착할 때도 있다. 브라질 교민 김태웅 씨는 “브라질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여유 있게 반나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공항 이용을 피해야 할 때가 있다. 개최국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이 열렸던 날은 임시 공휴일이었다. 이후 브라질 경기가 있는 날은 공휴일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공휴일 수준이다. 관공서나 기업, 상가는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문을 닫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1시간 뒤 다시 문을 연다. 이렇다 보니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하려고 해도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가면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좋은 점도 있다. 대부분이 경기를 보러 TV 앞으로 간 덕분에 시내에 자동차가 없어 교통정체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월드컵으로 즐거움을 느낄 때가 더 많다. 비행기가 지연돼도 공항에서 펼쳐지는 각국 응원단의 작은 응원전이 눈을 즐겁게 한다. 어떤 곳으로 가든, 누구를 만나든 1∼2시간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물론 대화의 주제가 ‘축구’라면 말이다. ‘축구’ 하나면 방금 만난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브라질은 천국이다.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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