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심리 필요… 약식 부적절”… 檢 “새 사실 드러날땐 역풍” 당혹 ‘국정원女 감금’ 野의원 4명도 ‘무죄 주장’ 이유들어 정식재판에
정문헌 의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이상용 판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밀누설 혐의로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된 정 의원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 판사는 “공판 절차에 의한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약식 명령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식기소된 강 의원 등 4명도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정식 재판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큰 논란을 불렀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사건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검찰 수사기록과 증거만으로 사건을 종결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비공개 회의록이 있다”는 정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공방이 대선 기간과 그 이후에도 계속 논란을 불렀던 만큼 공개 법정에서 증거조사 및 증인심문을 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처분의 적정성을 제대로 가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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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수사 당시 검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날 경우 정 의원의 약식기소뿐 아니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에 대한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 의원의 e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돼 회의록 내용의 유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관련자 진술에 의존해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벌금을 넘는 형이 나올 경우 검찰은 또 한 번 봐주기 기소 또는 면죄부 수사라는 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록 내용은 야당 측에서도 공개하자고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연루된 야당 의원 전원을 약식기소하는데 정 의원은 정식 기소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식재판 회부는 검찰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벌금형 약식기소’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유독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건이나 정재계 고위 인사에 대해서는 장기간 수사 끝에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약식기소는 검찰이 기소는 하지만 피고인이 입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해 처분을 내리는 검찰로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릴 수 있는 처분”이라며 “판사들 사이에서도 엄격해지고 있는 국민 법감정에 맞춰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