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것이 자주 말해질 즈음의 전조는 그것이 증발되고 결핍되었을 때다.격렬히 건강을 이야기할 때는 건강을잃었을 때다. 자연이 아름답다고 느낄땐, 이미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빛을 잃어 사그라질 때인 것처럼 말이다. ―그 길 끝에 다시(백영옥 외 6명·바람·2014년) 》
요즘 서점가에 여행 책이 넘쳐난다. 최근엔 여행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몇 주째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책으로나마 달래려는 이들이 많아진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여행소설집이다. 소설가 7명이 속초 정읍 원주 제주 부산 여수 춘천 등 7개 도시를 배경으로 흔한 여행 책에서는 보기 힘든, 낯설고도 따뜻한 일곱 여정을 그렸다.
소설 속 도시는 아주 익숙한 곳들이지만 때론 그만큼 낯설기도 하다. 백영옥이 그린 속초는 겨울바다의 낭만이 아니라 이혼한 남편의 부고를 듣고 찾아가는 허망한 도시일 뿐.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간 함정임은 말 못하는 외국인 소녀와 타향을 찾은 남자 이야기로 자본에 잠식된 마천루 해운대를 전한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이기호에게 고향은 “우리는 원주라는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 그냥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곳이다. “그건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마음에 쏙 들어 어울렸다기보단 그냥 어느 날 옆에 보니 그들이 있었고….”
책 말미의 작가 인터뷰도 흥미롭다. 한 소설가는 여행을 “나에게 이르는 가장 멀고 확실한 길”이라 했고, 다른 이는 “나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라 했다. 여름의 길목 6월에 ‘떠난 후에도 좋지만 떠나기 전이 더 좋은’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