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올 1월 16일 포스코 이사회가 권오준 당시 사장(기술총괄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임한 직후 만난 한 사외이사의 말이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사외이사들도 기술 전문가를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히기엔 상당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권 사장은 “철강부문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혁신을 통해 포스코를 위기에서 구해내겠다”는 말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권 회장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인수를 하라는 산업은행 측 요청을 딱 잘라 거부하기가 여러 역학관계상 쉽지 않다. 에너지 사업을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스코에 동부발전당진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사실도 무시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덜컥 인수를 결정하자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초긴축 경영’에 역행하는 셈이 된다.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 신용등급을 20년 만에 국내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끌어내린 것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술통’인 권 회장에 대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의 특기가 포스코가 필요로 하는 재무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은 지난달 19일 기업설명회(IR)에 나와 2014∼2016년의 경영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방점은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찍혀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회사 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이끌던 그가 지금은 ‘투자 축소’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