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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의 태양’ 다시 치솟다

입력 | 2014-06-11 03:00:00

2010년 이후 두번째 정규앨범, 빅뱅 태양의 ‘라이즈’ 들어보니




열두 명, 아니, 열한 명의 엑소는 ‘태양계 밖 행성에서 온 아이돌’을 표방한다. 그것과 별개로, 가수 태양이 뿜는 빛은 유별난 데가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과학적으로 보면 태양은 하나다. 적어도 우리 태양계에서는 그렇다.

좀처럼 빛나기 힘든 환경에 놓인 태양도 있다. 지드래곤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탑의 조각 같은 미모, 대성과 승리의 재치와 예능 감각…. 이들에게 둘러싸인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의 멤버라면 그렇다.

솔로 가수로서의 태양(본명 동영배·26)은 그 이름값을 했다. 지드래곤의 광채에 맞설 만한 아이콘이 됐다. 힙합이나 R&B를 선호하는 흑인음악 애호가 집단과 평단에서 태양에게 보내는 지지는 각별하다. 남성훈 흑인음악 평론가는 “태양은 솔로 활동 때마다 한국의 대표적인 R&B 아티스트라는 음악적 기대감을 갖게 해왔다. 대중을 넘어 평단에도 놀라움을 선사하는 존재”라면서 “빅뱅의 외전(外傳)쯤으로 여겨지는 지드래곤이나 탑의 솔로와는 다르다”고 했다.

태양은 빅뱅 데뷔 2년 만인 2008년 ‘나만 바라봐’(작사 테디, 작곡 테디 쿠쉬, 편곡 테디)가 담긴 미니앨범 ‘핫’으로 멤버 중 가장 먼저 솔로 데뷔를 했다. 동료 지드래곤(2009년 1집 ‘하트브레이커’)보다도 빨랐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요소를 대거 받아들인 빅뱅의 ‘거짓말’(2007년) 히트 이전, 그러니까 지누션, 원타임, 거미, 휘성 시절에 쌓은 흑인음악 특화 음반사라는 YG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는 유전자처럼 태양으로 흘렀다.

데뷔작 ‘핫’과 ‘나만 바라봐’는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에서 노래와 음반, 두 개의 상을 휩쓸었다. 태양은 내친김에 그해 싱글 ‘웨어 유 앳’과 ‘웨딩드레스’(이상 작사 테디, 작곡 테디 태양, 편곡 테디)에서 작곡가로도 데뷔했다. 2010년 정규 1집 ‘솔라’에 담긴 ‘아이 니드 어 걸’(작사 작곡 편곡 전군)도 호평을 받았다. 가창력에 걸맞은 유연한 춤 솜씨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고 멜로디가 좋은 미디엄 템포 R&B에 적정량의 클럽풍 전자음을 섞어 만든 노래들은 그런 태양에게 꼭 맞는 옷 같았다.

태양이 3일 내놓은 4년 만의 정규앨범, 2집 ‘라이즈’는 태양의 장기를 계속해서 잘 살린 음반이다. 보이즈노이즈, 플립톤스, 해피페레즈 같은 해외 유수 DJ나 작곡가도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타이틀 곡 ‘눈, 코, 입’(작사 테디 태양, 작곡 테디 디피 리베카 존슨, 편곡 테디 디피)의 미세한 변신에 주목했다. 이들은 ‘나만 바라봐’ ‘아이 니드 어 걸’이 태양의 최고점을 보여줬다는 데 동의했다. ‘눈, 코, 입’을 보는 시각은 달라도 태양의 가창력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발라드 성향이 강한 R&B 트랙이라는 점에서 예상 밖”이라면서 “이전만큼 탁월한 멜로디 라인이 살아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보컬리스트로서 태양의 감각은 여전하다”고 했다. 남성훈 평론가도 “멜로디나 편곡보다는 디테일에 강한 보컬리스트로서 태양의 강점이 빛나는 곡”이라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서정성과 가창력으로 승부한 것이 제대로 통했다”고 평했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태양의 가장 큰 매력은 가창과 퍼포먼스가 잘 결합될 때 나왔다”면서 “‘눈, 코, 입’은 잘 짜인 멜로디를 지녔지만 그런 점에서 허전함이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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