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사인은 팀 구성원간의 ‘말 없는 언어’이자 ‘은밀한 약속’이다. 상대팀이 알아차리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수시로 사인을 바꾼다. LG 양상문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사인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사인을 바꿔야 하는 순간
피치아웃 하나로 상대 사인 간파하기도
사인 노출 땐 나머지 이닝 작전 소극적
포수 트레이드 땐 대부분 사인 수정해야
양상문 감독도 첫 과제로 새 사인 결정
양상문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른 직후인 5월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그동안 ‘그라운드의 언어’ 사인은 몇 차례나 바꿨을까. 양 감독은 “첫 경기를 치르기 직전 최태원 3루코치와 매우 간단한 동작으로 사인을 새롭게 맞췄다. 그리고 3연전 후에 다시 새로운 사인을 정했다”고 밝혔다.
야구에서 사인은 또 하나의 언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뜻이 잘못 전달 됐을 땐 큰 사고가 난다. 사인은 자신들만의 언어여야 한다. 상대가 승부처에서 사인을 포착해 작전이 노출되며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때는 패턴이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자주 바꿀 수도 없다. 내부적으로 혼란이 오기 시작하면 단 한순간에 경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 피치아웃 하나가 주는 큰 충격
삼성 류중일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중 유일한 베테랑 작전코치 출신 사령탑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수차례 작전코치를 맡아 3루를 지켰다.
3루 작전코치는 덕아웃에서 감독이 결정한 작전을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감독은 사인을 내기만 하면 되고 선수들은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3루코치는 감독의 사인을 받아 또 다시 다른 패턴으로 그라운드에 전달한다. 매우 짧은 시간에 동시통역을 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류 감독은 히트앤드런 작전을 결정했을 때 상대 배터리가 피치아웃으로 공을 빼 주자를 잡는 순간이 작전코치로 가장 아찔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사인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한 시즌에 몇 번이나 바꿀까
야구경기에서 사인은 무척 다양하다. 포수가 투수에게,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그리고 내야수 끼리 등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사인이 나온다.
그만큼 상대의 사인을 읽는 순간 경기는 무척 유리해진다. 주자나 타자의 사인 훔치기는 비신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3루코치가 대놓고 하는 사인을 읽는 것은 상대 팀의 실력이 될 수도 있다.
한 감독은 “사인을 한 참 내는데 상대 선수(3루수)랑 눈이 딱 마주쳤다. ‘저 놈이 알고 보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꽤 신경이 쓰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일단 3가지 이상을 준비한다. 서로 완벽하게 숙지하고,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으로 사용한다. 한 팀과 두 번째 3연전을 치르면 그 전과는 다른 사인으로 경기할 때가 많다. 한 시즌을 놓고 보면 굉장히 자주 바꾸는 셈이지만 선수들 혼란은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