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실 찾은 원작자 신경숙
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실을 찾은 원작 소설가 신경숙 씨(오른쪽). 아버지가 어머니를 두고 새어머니를 데리고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을 연기하던 배우들이 신 씨가 다가오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엄마…’에 이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영어로 출판돼 신 씨는 6월 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8월에 돌아온다. 그는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지 못하는 게 많이 서운해 연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엄마…’는 2010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어머니 역의 손숙 씨와 약사 역의 이동근 씨를 빼고 모두 새로 합류했다. 아버지 역은 전무송 씨, 장녀 역은 예지원 씨가 맡았다.
연습이 끝난 후 손숙 전무송 씨가 신 씨에게 대본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신 씨가 “아휴, 제가 어떻게 선생님들께 사인을 해드려요”라며 사양하자 손 씨는 “원작자에게 사인 받는 게 의미가 있죠”라며 웃었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 멋졌어요♡’ ‘전무송 선생님 아버지 역할 잘 봤습니다^^’라고 수줍게 사인했다. 다른 배우들도 대본을 들고 와 줄지어 사인을 받았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이 어머니로 나오신 연극은 다 봤는데, 이번 작품은 업히는 장면도 있고 움직임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공연 내내 또렷한 목소리를 유지하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에너지가 넘치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웃으며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다들 상당한 부담을 갖고 연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저기서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씨는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한 데 대해 깊은 회한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활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어머니도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묘사됐다. 한진섭 연출가는 “참고 인내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화나면 소리 지르고 농담도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원작자는 뒤에 있는 사람”이라며 “연극은 찬란한 순간이 모여 슬픔과 감동을 주고 마음을 치유해 준 뒤 사라진다. 그 소멸성을 끝까지 감내하는 배우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엔 4개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연극은 배우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소설을 읽은 분들도 연극을 새롭게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