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문제점을 논하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리더의 소신과 책임의식 부재에 대해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온다. 선장과 승무원은 본인들의 책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도망가기에 급급했고, 구조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책임을 진 리더들은 한시가 급한 현장에서 소신껏 구조명령 등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과거 숭례문에 불이 났을 때도 소방방재청이나 문화재청 어느 누구도 기와를 뜯고 진입해 물을 뿌리라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밤새 팩스만 주고받았다. 결국 국보 1호 숭례문은 잿더미로 주저앉고 말았다.
‘손자병법’에 보면 장군이 전장에서 진격과 후퇴를 명령하는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진격을 명령함에 칭찬과 명예를 구하고자 하지 마라(進不求名). 후퇴를 명령함에 문책과 죄를 피하려 하지 마라(退不避罪). 진격과 후퇴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백성들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惟民是保) 그 결과가 조국의 이익에 부합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利合於主). 이렇게 진퇴를 결정하는 장군이 진정 국가의 보배인 것이다(國之寶也).’
이순신 장군은 아무리 인사권자의 명령이라도 백성과 나라의 보존에 위배되는 명령이라면 거부할 줄 알았다. 자신이 판단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명령을 내렸다. 인사권자의 칭찬과 비난에 연연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은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