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 이후] 물수건으로 코-입 막고 기어서 빠져나가야
27일 서울 강북소방서가 강북구 삼각산 119안전센터에서 실시한 소방안전교육에 참가한 미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어린이들이 화재 상황에 대비한 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강북소방서 제공
유독가스엔 일산화탄소나 염화수소(HCI) 등 유해한 성분이 많다.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혈액 내 산소가 근육이나 뇌로 운반되는 것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전경만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결합하게 된다”며 “신체 각 조직으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뇌에 산소가 미치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평상시 판단력의 10∼20%밖에 발휘할 수 없어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기 힘들어진다. 전 교수는 “초기 증상은 저산소증과 유사하다”며 “두통, 의식장애, 어지럼증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중추신경 기능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깨어나서 반응을 보였을 때는 몸 안의 가스를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몸을 옆으로 눕히는 게 좋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똑바로 눕히는 건 좋지 않다. 전 교수는 “의식장애가 있으면 위의 내용물이 역류할 수 있다”며 “기도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옆으로 눕혀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외에 기도 등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 교수는 “고온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도가 손상돼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 감염률이 높아진다”며 “심한 경우 기도가 기형이 돼 점점 좁아지거나 성대가 망가져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