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물론 보직교수들을 골고루 발탁하여 매일 얼굴을 맞대고 많은 일을 하게 했다. 그러나 현대적 감각의 학교상징표지(UI) 제정이나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같은 중요한 결정은 총장의 의지와 책임으로 강행한 쪽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필자의 경험이기도 한 이런 이야기를 지금 새삼스럽게 꺼내는 것은 국정이든 일개 대학의 운영이든 모든 조직의 행정에는 공통되는 원칙과 슬기가 숨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함께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세월호 사고의 후속 조치로, 해양경찰청의 해체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기능 축소, 국가안전처의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과 민간 출신 전문가의 광범한 공직 임용,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 기관 3배 이상 확대 등 획기적 방안이 제시되었다. 물론 이에 대하여도 시스템과 부처의 문패를 바꾸는 것은 일종의 미봉책이며, 조직의 전문 역량 강화와 함께 국정 철학의 기조가 바뀌는 것이 정상화의 선결과제라는 비판이 이미 나오고 있는 터이기도 하다.
문제는 국가 대개조의 의지로 시작한 위의 조치가 민간인도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부 조직 개편이나 특별법 제정은 국회의 입법 조치가 뒤따라야 하므로 그 실현이 기대하는 것만큼 간단치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정부 당시 고양과 남양주를 잇는 사패산 터널 구간 공사와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터널 공사가 환경단체와 지율 스님의 단식 등 반대로 2년 또는 6개월간 중단됨으로써 5000억 원대 및 145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들었던 예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치 못했던 사례 등은 정부의 지나친 온건책이 오히려 국민들의 걱정을 자아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행정부 수반이기도 한 박 대통령이 현실 정치 및 관료들이 이끄는 행정 현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원론적 초연함의 발걸음만 지속한다면 보통의 국민들로서는 이를 오히려 불필요한 강경 자세 또는 국정 기조의 모드로 받아들일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