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당하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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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룡 사례로 본 감독 퇴장의 역사와 미학
한화 김응룡 감독이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퇴장 당했다. 4-2로 앞선 6회말 2사 2루서 넥센 윤석민의 좌익선상 2루타가 나오자 ‘파울’이었다며 항의를 하다 선수단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보는 프로야구 감독의 퇴장이기에 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감독의 퇴장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김 감독의 퇴장을 통해 프로야구의 감독 퇴장사와 미학을 살펴본다.
김응룡 감독 15년 만에 퇴장…역대 최다 기록
2009년 김성근 감독, 포스트시즌 첫 퇴장도
ML선 퇴장이 곧 훈장? 콕스 감독 161회나
지나친 행동 제외…경기 일부로 받아들여야
● 한국프로야구 감독 퇴장사
감독 퇴장사를 보면 갖가지 사연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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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3회 퇴장(포스트시즌 포함 4회 퇴장)으로 김응룡 감독의 뒤를 잇고 있다. OB 감독 시절이던 1985년 잠실 MBC전에서 박흥식이 주루 도중 태그를 피하기 위해 스리피트 라인을 벗어났다며 항의하다 선수단을 철수시켜 퇴장을 당했다. OB는 경기재개를 거부하다 사상 2번째 몰수게임패를 당했다. 쌍방울 시절이던 1998년엔 수원 현대전에서 마운드 높이 문제로 시비가 붙어 경기진행을 거부하다 퇴장을 당했고, 99년에도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선수단을 철수시켜 퇴장 당했다. SK 감독 시절이던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상대 주자 김상현의 2루 슬라이딩이 수비 방해라며 항의하다 선수단을 철수시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의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대부분 감독 퇴장은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와 관련돼 있지만, 2009년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심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일 이닝, 동일 타자 때 감독이나 코치가 2차례 마운드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규칙을 위반해 자동 퇴장을 당한 것이었다.
● 감독 퇴장은 과연 부끄러운 일일까
김응룡 감독은 한동안 퇴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젠 창피해서 퇴장은 당하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곤했다. 한국에서는 감독이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하면 마치 범죄인 취급하는 듯한 분위기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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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퇴장도 ‘경기의 일부’로 바라볼 때
물론 퇴장에도 미학이 있다. 감독은 팀을 위해 퇴장을 불사하면서 항의를 하고, 심판은 감독들의 정당한 항의는 들어주고 규칙을 벗어나면 퇴장을 지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는 다음날 감독과 심판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경기에 임하면 된다. 특히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매일 열리는 게임이다. 심판과 감독은 부부처럼, 오늘 싸움을 하더라도 내일은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생활해야하는 사이다.
그러나 한국은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다 한번 폭발하면 서로 감정이 상할 만큼 싸운다. 순간적으로 흥분해 상대의 마음까지 다치게 하는 언행을 하면 상처는 오래 간다. 감정의 골이 생기고, 불신의 장벽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퇴장에 대한 징계 역시 마찬가지다.
폭행 등 지나친 행동을 제외하고는 한국도 단순 퇴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 감독이 퇴장을 당하면 한국은 상벌위원회가 소집돼 출장정지와 벌금을 물리는 게 다반사다. 감독들은 퇴장을 불사하는 강한 제스처와 항의를 할 수가 없다. 한국프로야구 33년간 감독의 총 퇴장 숫자가 22회(포스트시즌 포함)에 불과하다는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감독의 항의와 퇴장도 팬들에겐 볼거리 중 하나다. 선수단에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 21일 한화 선수들이 감독 퇴장 후 오히려 똘똘 뭉쳐 승리를 거둔 배경이기도 하다. 감독들이 얌전하게 덕아웃을 지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감독의 퇴장은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야구의 일부로 바라봐야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