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예술가 ‘HR 기거’ 사망
1992년 스페인 세비야 엑스포 스위스관에서 열린 영화 ‘에일리언’의 오리지널 작화 전시 홍보용 포스터. 사진 출처 giger.com
에일리언의 끔찍한 외양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올려진 것이 아니다. 기거는 10대 때 집 꼭대기 방에 작업실 ‘검은 방’을 만들고 신체를 잔혹하게 왜곡한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펜화를 그려 지역 잡지에 발표했다. 그리고 평생토록 그 스타일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그의 작품은 차츰 기계와 신체를 교배하듯 결합시킨 초현실주의적 ‘생체기계(biomechanoid)’에 대한 표현으로 발전했다. 그는 “기계는 섹시하다. 하지만 그건 자동차 생산업체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방식의 섹시함과는 거리다 멀다”고 말했다. 1978년 기거의 작품집을 본 리들리 스콧 감독이 그를 초청해 영화의 시각디자인을 일임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영화 ‘에일리언’이지만 게임업계의 애도 분위기가 더 뚜렷한 것은 기거가 디자인에 참여한 유일한 게임 시리즈 ‘다크 시드’(1992년)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거는 ‘다크 시드’와 그 속편만으로 컴퓨터게임 디자인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평가했다. ‘둠’ ‘레지던트 이블’ 등 여러 인기 게임에서 생식기 형태가 강조된 돌연변이 인간, 생물체의 형상을 가진 공간구조물 등 기거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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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