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불평등 해법은 글로벌 부유稅” ‘마르크스 2.0’ 열풍 美출판계 뒤흔들어
‘21세기 자본’으로 미국에서 벼락스타가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하버드대 출판사 제공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0여 년 만의 최고의 경제학 서적”이라고 극찬했다. 타임 최신호는 세계 자본주의를 뒤흔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유하면서 ‘마르크스 2.0’이라는 제목으로 피케티를 소개했다.
피케티는 섬뜩한 비유로 책을 시작한다. 현재 미국의 최상위 1%의 부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때의 프랑스 최상위 1%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근접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랑스 거부 중 많은 사람이 단두대에 목이 잘려나간 것을 상기시키면서 “통제되지 않은 불평등의 냉혹한 역사적 현실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 부동산을 소유한 자본가들의 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을 초과해왔기 때문에 월급생활자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서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로 시작된 감세정책의 과실 대부분이 최상위 부유층에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부의 불평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당국이 협력해 최상위 부유층의 모든 재산을 샅샅이 파헤친 뒤 글로벌 부유세(Global Tax)를 부과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조세감면 조항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 많은 정책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을 찾은 피케티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과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마르크스에 비견됨에도 그는 자신이 이념적 좌파로 분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부친이 68혁명에 참가했던 이력을 놓고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것에 대해 “가족 중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다. 난 이념적인 신념이 아니라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