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도 되나요?/이정아 글·윤지회 그림/124쪽·1만 원·문학동네
문학동네 제공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반성문입니다. 내용이 들쑥날쑥하지만, 아이의 억울한 마음이 선명히 읽힙니다.
반성문을 쓰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불량’이라 통칭되는 100원짜리 ‘얄라리’를 샀습니다. 그런데 그 얄라리에서 벌레가 나왔네요.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다 얼결에 경찰에 불량식품 신고를 하게 됩니다. 신고하는 동안 얼마나 떨리던지, 전화를 끊고 나니 손발에 힘이 풀려 쓰러질 지경입니다. 아래에 있는 그림처럼 말이죠. 사건은 등장인물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시끌시끌 진행됩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문방구 할아버지가 빌고, 그렇게 상식선에서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 초등학교 교실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재잘재잘 경쾌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코 경쾌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불합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혼란과 그를 수습하는 담임 선생님의 고군분투가 애처롭습니다. 화가 나고, 억울한 기분으로 곰곰이 생각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성공입니다. 요즘 시대의 화두가 된 ‘가만히 있으라’에 빗대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이 글을 쓰는 내내 이 책의 결말이 아쉽습니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의 결말(고릴라에게 잡혀 천장에 매달린 선생님)처럼 단호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어차피 동화인데, 적어도 동화니까.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