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일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특히 매뉴얼에 관한 부분은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대기업에서는 200가지 이상의 발생 가능한 상황을 정리하고 대응 방안을 세세히 담은 매뉴얼을 준비해 놓고 있다. 정부도 42개 부처 대부분이 제도에 따라 매뉴얼을 필수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문제는 훈련이다. 만들어 놓고 한 번도 훈련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요식적으로 한두 번 실시하는 데 불과하다. 훈련이 아닌, 가벼운 연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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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사례를 보자. 미국 국무부는 재외공관원의 안전이나 국민 보호를 위해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반복훈련(Drill)을 한다. 심지어 반복훈련전담관도 있다. 국무부 소속인 담당관은 정기적으로 해외공관을 방문해 매뉴얼을 점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황과 거기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개발한다. 점검된 내용을 토대로 본부에서는 민관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시 재평가 및 상황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정기적인 반복훈련을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민간이나 공공기관에는 보유하고 있는 위기매뉴얼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거나, 전담 담당관을 두어 재검토하는 조직은 흔치 않다. 또 다른 재난본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문제는 새로운 조직이 아니라 조직이 당연히 갖춰야 할 역량과 인식의 변화다.
현실에서는 매뉴얼에 명시된 것과 똑같은 위기상황은 없다. 비슷해 보여도 많은 변수가 발생해 매뉴얼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정기적으로 훈련해야하며 몸으로 익혀야 한다. 조직에 따라 분기별 1회가 될 수 있고 연 2회가 될 수도 있다. 작은 위기가 때론 전체를 위험하게 하듯 이런 노력은 필수적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지만 핵심적인 것들부터 바꿔 나가야 할 때다.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