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그런데 대서양 건너 네덜란드에 오면 상황이 180도 다르다. 암스테르담 거리에선 헬멧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이도 거의 맨머리로 자전거를 탄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이 나라의 자전거 이용자 0.1%만이 헬멧을 쓴다고 한다.
그럼 네덜란드의 교통 문화는 미국보다 후진적인가. 아니다. 네덜란드의 인구비례 교통사고 사망률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단지 이 나라엔 자전거 헬멧 착용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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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법은 각 나라 사정에 따라 효과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네덜란드가 자전거 천국이 된 이유는 헬멧 때문이 아니다. 자전거 위주의 인프라 구축과 교통문화 정착,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자전거 운전법 교육 덕분이다. 이처럼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는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문제의 원인에 집중하는 편이 더 확실하다.
필자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논란을 보며 네덜란드의 자전거 정책이 생각났다.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밤 12시 이후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에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셧다운제는 심야에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막아서 게임중독을 줄이자는 발상으로 2011년 말 시행됐다. 하지만 어른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 하는 청소년이 늘어났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게임시간은 오히려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2시 전까진 마음껏 게임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학생과 부모에게 심어준 것으로 추측된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안전 해법은 헬멧 사용 강제가 아니라 좋은 인프라와 운전 교육이었다. 게임중독의 해법 역시 강제적 규제보다는 중독의 폐해를 청소년 스스로 깨치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대체 여가문화를 조성해 주는 게 핵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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