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로빈후드/박용남 지음/280쪽·1만7000원·서해문집
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피크오일(Peak Oil)’ 때문이다. 이는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시점을 뜻하는데 이미 이 지점을 지났다는 사람도 있고 곧 닥친다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남아 있는 석유가 북극이나 깊은 바다 같은 곳에 묻혀 있어 싸고 쉽게 빼내 쓸 수 없고, 마땅한 대체 에너지원도 없다는 데 있다.
책은 석유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도시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한다. 먼저 자동차를 몰아내고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내주는 노력이다. 미국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재임 시절 상습 정체구역인 브로드웨이 대로의 포장을 걷어낸 뒤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고 문화 이벤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꿨다. 해마다 여름이면 3주 연속 토요일 오전 7시∼오후 1시 시내 일부 도로를 폐쇄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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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없는 세상을 경험한 나라는 일본(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경제봉쇄) 북한 쿠바 등 세 곳인데, 저자는 이 중 쿠바를 석유 위기를 극복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쿠바의 친환경 도시농업은 인류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주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쿠바의 환경오염이나 빈부 격차,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막 벗어난 현실을 생각하면 균형 잡힌 평가인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남의 성공 비법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순 없겠지만 피크오일에 대비한 도시 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서울의 버스 준공영제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나온 무상버스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