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거닐다, 소쇄원/이기동 지음·송창근 사진/244쪽·1만4000원·사람의무늬 담양 소쇄원의 내력과 풍광
조선시대 정원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전남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 소쇄원을 찾은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 주인의 공간인 제월당과 두 개의 낮은 담으로 연결된다. 송창근 제공
조선 선비들은 ‘군자의 나라’를 꿈꿨다. 그것은 ‘자기를 완성하고, 타인을 완성시켜,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성외왕(內聖外王). 내적으로 성인이 된 사람이, 외적으로 왕이 되어 백성을 이끄는 것이다.
1543년 하서 김인후(1510∼1560)는 훗날 인종이 될 세자(1515∼1545)의 스승이 됐다. 꿈을 실현할 천재일우였다. 혼신을 다해 가르쳤고, 세자는 한지 물 빨아들이듯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를 ‘씹고 무고하는’ 소인들 등쌀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인종도 재위 9개월 만에 눈을 감았다. 김인후는 미련 없이 벼슬을 던지고 고향 장성에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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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후와 양산보는 뜻이 맞았다. 장성과 담양은 지척. 김인후는 양산보의 둘째 아들 양자징(1523∼1594)을 제자로 받고, 급기야 사위로 삼았다.
양산보는 12년에 걸쳐 ‘소박하고 아담한 정원’을 만들었다. 바로 맑을 소(瀟), 깨끗할 쇄(灑), 동산 원(園)의 소쇄원이었다. 다 해봐야 4628m²(약 1400평)나 될까. 그곳에 조선 선비의 꿈을 고스란히 담았다. 김인후가 그 풍광을 48수 오언절구(48영)로 읊었다. 양산보의 외종형 면앙정 송순(1493∼1583)도 어울렸다. ‘10년을 경영하여 초당 삼 칸 지어내니/한 칸은 청풍이요 한 칸은 명월이라…’의 그 송순이다.
저자 이기동 교수(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는 소쇄원을 조선 선비의 ‘지상천국’으로 보았다. 그리고 천국의 문 ‘대숲’부터 그 속뜻을 감칠맛 나게 풀었다. 봉황을 기다리는 ‘대봉대(待鳳臺)’, 볕이 잘 드는 애양단(愛陽檀), 차안과 피안의 건널목 오곡문(五曲門) 그리고 마침내 천국이다. 그 다음부터는 김인후의 ‘48영’을 중심으로 펼친다.
제월당(霽月堂)과 광풍각(光風閣)이 두 축이다. 제월당은 주인, 광풍각엔 손님이 묵는다. 두 집 사이엔 두 개의 낮은 담이 있다. 서로 통해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때가 되면 주인은 그 담장과 담장 사이에 음식상을 은근슬쩍 갖다놓는다. 기가 막힌 ‘천국식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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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흠은 있다. 사진과 글이 엇박자다. 글은 창포인데, 사진은 노랑꽃창포다. 두 꽃은 완전 다르다. 사계화 글에 동백꽃 사진도 마찬가지. 오랑캐꽃이라는 말도 거슬린다. 제비꽃이란 예쁜 이름이 있는데. 천국에 영 안 어울린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