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北소행 결론] GPS좌표 해독 ‘스모킹 건’ 확인 中민간업체 제품과 크기-무게 비슷… 정부 “안보리-ICAO 제소 검토”
○ 개성 해주 평강서 발진해 대남정찰 중 추락
군 당국은 지난달 한국과 미국의 무인기 전문가로 조사전담팀을 구성해 무인기의 메모리 칩에 저장된 임무명령서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무인기의 비행계획과 비행경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가 확인되면서 북한의 소행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3월 24일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황해남도 개성 서북쪽 약 5km 지점에서 이륙해 개성∼파주∼고양∼서울 등 총 133km를 비행한 뒤 복귀하도록 비행계획이 입력돼 있었다. 비행설정 고도는 2.5km, 사진촬영 고도는 1.2∼2km로 설정됐다. 3월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황해남도 해주 동남쪽 약 27km 지점에서 이륙해 소청도∼대청도∼백령도 상공을 비행한 뒤 귀환할 계획이었다. 비행설정 고도는 1.8km, 사진촬영 고도는 1.7km로 입력돼 있었다. 김종성 북한 무인기 한미공동조사팀장은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 모두 북한이 미리 입력한 비행계획과 사진 촬영경로가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말했다.
○ 중국제 무인기 홍콩 거쳐 입수한 뒤 복사나 개조
군 당국은 북한이 중국제 무인기를 홍콩 등 제3국을 경유해 입수한 뒤 이를 대남 정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와 삼척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의 민간업체인 트랜콤의 ‘SKY-09P’ 무인기와 날개폭(1.92m)과 길이(1.21m)가 1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날개도 가오리 형태로 매우 흡사하고 이륙중량도 13kg으로 같다. 백령도 무인기도 중국의 마이크로플라이사의 ‘UV10CAM’ 무인기와 크기와 형태가 같고 체공시간(약 4시간), 비행속도(시속 약 90km)도 일치한다. 군 당국은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무인기들의 관련 정보를 공식 요청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랜콤은 지난달 홍콩 언론을 통해 북한에 무인기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유엔 안보리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이사국들이 무인기를 군사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고 특히 중국은 자국산 모델이 북한으로 흘러가 무인기 제작에 활용됐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청와대 등 중요시설에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연내에 도입 배치하는 한편 전 부대의 대공 감시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형무인기 탐지 및 타격장비도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