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가족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사이먼 싱 지음·한상연 옮김/300쪽·1만4000원·윤출판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어 수학자의 꿈을 접고 할리우드로 향한 이 수학 괴짜들은 TV 역사상 가장 ‘수학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심슨 가족’에는 무수한 수학적 코드가 숨어 있다. 천재소녀 리사 심슨은 기하학을 활용해 퍼팅 한 번으로 홀인 할 수 있는 골프공의 이상적 궤적을 계산해낸다. 야구장 에피소드에서는 스크린에 오늘의 관중 수를 맞히는 문제가 뜬다. 보기는 ‘1) 8191명 2) 8128명 3) 8208명’인데, 이들은 예사 숫자가 아니다. 8191은 ‘메르센 소수’이고, 8128은 ‘완전수’이며, 8208은 ‘나르시시즘 수’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대중적인 글쓰기 솜씨를 인정받은 저자는 수학 마니아들만 알아챌 ‘심슨 가족’의 수학코드를 수학의 역사와 야사로 살을 붙여 입담 좋게 풀어낸다. 등장인물끼리 “무한대로 아냐” “무한대+1로 아냐”라며 말싸움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무한에 관한 가장 유명한 설명인 ‘힐베르트 호텔’ 이야기로 ‘무한+1’이 ‘무한’보다 크지 않음을 설명한다.
수학자가 코미디도 잘 쓰는 비결이 뭘까. 작가들은 말한다. “수학적 사고는 조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수학의 핵심이 논리인데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모순된 상황에서 굉장한 유머를 찾아낸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