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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S 관할권 해경에 모두 넘겨라”… 해수부, 총리실 지시받고도 묵살

입력 | 2014-05-01 03:00:00

[세월호 참사]
태안 기름유출 사고후 일원화 추진… 해수부, 진도-여수만 넘기고 버티기
부처 이기주의에 ‘골든타임’ 허비




여객선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해양교통관제(VTS)센터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으로 이원화돼 세월호 참사의 초동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수부가 VTS를 일원화하라는 국무총리실의 지시를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처 간 힘겨루기에 선박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30일 해수부와 해경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2008년 VTS센터 관할권을 해경 쪽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당시 국토해양부(현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로 분리)에 지시했다.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정종환 씨였다. 국무총리실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가 크레인선과 충돌해 대규모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이런 지시를 내렸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유류오염사고특별대책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며 선박 운항을 통제하는 VTS는 국토해양부가 관리하고, 사고 대응은 해경이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는 진도와 여수에 설치된 VTS만 해경에 관할권을 넘기고 나머지 VTS는 종전처럼 국토해양부의 산하 기관인 지방해양항만청이 운영권을 갖도록 했다. 국무총리실의 지시에도 이원화 체계를 유지한 셈이다.

이원화된 VTS 시스템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세월호는 4월 16일 오전 8시 55분 해수부가 운영하는 제주 VTS와 교신해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세월호가 있던 해역은 해경이 운영하는 진도 VTS가 관할하는 지역이었다. 진도 VTS가 세월호와 교신한 것은 오전 9시 6분으로 11분이 지난 뒤였다. 관할이 서로 다른 제주 VTS와 진도 VTS가 유기적 연락체계를 갖추지 않아 선박 사고의 골든타임(사고 후 30분) 중 3분의 1 이상을 허비한 셈이다.

해수부(당시 국토해양부)가 국무총리 지시를 묵살한 것은 VTS 관할권을 해경에 모두 넘기면 항로를 어긴 대형 화물선과 상선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까지 함께 넘어가면서 해수부 권력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 VTS는 항만 운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해수부가 관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목포=황금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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