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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실 감독으로 대형 참사 부른 관료는 처벌 않고 놔둘 건가

입력 | 2014-05-01 03:00:00


감사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감사(예비조사)에 나섰다. 합동수사본부도 해경의 초동대처를 비롯해 공무원들의 잘못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잘못이 있는 공무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무원들은 뇌물만 받지 않으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왔다.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사건 때 안전점검 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던 군산해운항만청 공무원 4명은 전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돼 502명이 사망한 사고에서도 백화점 회장과 사장만 실형을 살았을 뿐 백화점 측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두 달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에서도 15명이 기소됐으나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국내 사법체계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게 돼 있다. 관리감독 권한은 있으되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민간 사업자의 영리 추구 활동을 공익에 맞게 감독할 책임은 공무원에게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발달은 삶의 편익을 가져왔음에도 온갖 재난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안전을 민간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만큼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한 공직자의 책임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형사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공무원 사회는 자기네 밥그릇이 걸려 있는 규제 권한은 목숨처럼 지키려 하는 반면 책임져야 할 일은 서로 미룬다. 세월호 참사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제주 VTS가 각각 해경과 해수부의 관할로 이원화돼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것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정부가 발표했던 ‘국가재난안전무선통신망(국가재난통신망)’ 구축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국가 개조 방안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비리사슬 대책을 이달 중순 발표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국민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공무원은 형사처벌과 함께 민사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원칙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할 일을 일부러 안 함)에 의한 과실과 공무 해태(懈怠) 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사와 징계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