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침몰 영상 틀어준 유치원, 제정신인가요”

입력 | 2014-04-25 03:00:00

[세월호 침몰/엄마들 화났다]
자극적 참사 교육 우려… 일부 초등교 ‘세월호 감상문’ 숙제
아이들 “배 타면 안되나요” 질문도… 불안감 안들게 정보 노출 줄여야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세월호와 관련된 자극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져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이들에게 사건과 관련된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도록 권고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A초등학교 6학년의 한 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뉴스를 보고 느낀 점을 써오라는 숙제를 냈다. 자녀의 숙제를 받아든 학부모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가급적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틀지 않고 있는데 난감하다”면서 “좋은 취지로 숙제를 냈겠지만 예민한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써오라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취소한다는 계획을 설명하면서 세월호 사고 영상을 보여줬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다.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집에 와서 부모에게 “배를 타면 죽는 거야?”, “경찰 아저씨는 아무도 못 구하는 사람이야?” 같은 질문을 했던 것. 이 유치원 관계자는 “안전교육 차원에서 10분 정도 보여주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윤모 씨는 아이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어른들 때문에 애들이 다 죽었다. 공부를 해서 이민을 가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는 사회 시간에 정부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같은 조 아이들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일부 사례이지만 세월호 사건이 워낙 큰 참사인 만큼 앞으로도 학교에서 이에 대한 교육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 참사에 대한 교육 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중학교 교사 정모 씨는 “사건 이후 아이들이 불쑥불쑥 세월호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전문적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재난·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