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교황 방문지로 관심, 솔뫼 등 대전교구 순례성지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의 이용호 신부가 김대건 신부와 관련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한옥은 복원된 김대건 신부 생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이곳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솔뫼는 소나무 언덕이란 뜻으로 이 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상과 기념성당, 솔뫼 아레나 등이 있다. 뒤편의 김대건 신부 생가는 현장에서 발굴된 기와조각 등을 토대로 2004년 복원했다. 이 집안에서만 11명의 순교자가 나왔다.
솔뫼성지 이용호 신부(47)는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성인으로 알려진 김대건 신부는 라틴어와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에 능통했고 조선의 계급사회에서 모든 이의 평등과 신앙의 자유를 꿈꾼 사상가였다”며 “심지어 아시아 화폐개혁까지 생각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솔뫼에서는 김대건 신부의 후손인 김해 김씨 ‘천주교 성인공파’ 자손들이 축일인 매년 7월 5일 미사를 올린다. 원래 김해 김씨 안경공파였지만 2000년대 초반 분파했다.
이 지역을 비롯해 당진, 서산, 예산, 보령 등 충남 서북부 지방은 과거 내포(內浦)로 불렸다.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지역이란 뜻인데, 초기 선교사들이 박해를 피해 도주하기 쉬웠다.
솔뫼에서 4km 거리에 있는 합덕성당은 내포 지역의 첫 성당이자 충청도 천주교회의 거점이었다. 이 성당 한 곳에서 배출된 신부와 수녀만 100명이 넘는다.
“이곳은 가톨릭 교우들이 유례없이 많은 곳이지유.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배뚜리 바뚜리가 언제여’라며 성 베드로와 바오로의 축일(6월29일)을 물었시유. 가뭄이 들었을 때 그 무렵까지 비가 와야 먹고살 만큼 농사가 됐기 때문이지유.”
‘내포의 사도’로 불리며 초기 가톨릭 선교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이존창(1752∼1801)의 생가 터는 삽교천과 무한천이 만나는 예산의 여사울에 있다. 여사울은 서학이 학문 차원을 넘어 신앙으로 퍼져나가는 복음의 못자리 노릇을 했다는 게 교계의 평가다.
내포 일대는 마을 100가구 중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였던 지역도 적지 않아 박해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순교자가 발생했다. 홍성군청 부근의 홍주 순교성지와 해미읍성 주변에는 순교와 관련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해미순교기념성당의 백성수 신부(53)는 “순교자들이 해미읍성 서문에서 형장으로 끌려가며 ‘예수, 마리아’를 외쳤는데 이게 다른 사람들 귀에는 ‘여수 머리’로 들려 이 지역이 여수골이 됐다는 말도 있다”며 “순교자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더욱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진·서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