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이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돌연 사퇴했다. 김 감독은 시즌 초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동아DB
“팀 성적부진 책임 지고 물러나겠다”
■ LG에 무슨 일이
시즌 초반 9위 최악의 성적 부담 작용
코치진 물갈이 놓고 구단과 불협화음
구단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 체제”
● 경기 전부터 심상찮았던 분위기
대구 삼성전에 앞서 LG 덕아웃은 어수선했다. 김 감독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감독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계현 수석코치가 경기를 지휘한다’는 구단의 설명이 뒤따랐다. 프로야구 감독이 질병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아닌 이상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대구구장 원정 덕아웃의 감독 자리는 비어 있었다.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LG 구단 관계자는 결국 비보도를 전제로 “김기태 감독이 사퇴하겠다고 했다. 구단은 수차례 만류했다. 그러나 본인이 모든 걸 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전하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만큼 경기 종료 이후에 보도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 왜 자진사퇴를 선택했나
● 비극은 예견됐던 일?
LG 고위층은 지난 시즌 도중 “무조건 재계약해서 오랜 시간 팀을 부탁하고 싶은 지도자다. 지금 당장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그런데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참가하게 됐다. 비록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구단과 선수단 전체가 오랜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상기류는 그때 시작됐다. 이전까지 LG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마운드를 개혁한 차명석 1군 투수코치는 ‘개인적인 사유’를 내세우며 야구해설자로 자리를 옮겼다. 야구계에서는 ‘구단과 여러 가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말이 뒤따랐다. 또한 김무관 1군 타격코치는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고, 서용빈 1군 타격 보조코치도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밖에도 코치진이 대거 바뀌었다.
올 시즌이 시작되자 LG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선수 선발도 그동안 LG가 보여준 과감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캠프기간에 무언가 어수선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투수 파트는 준비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대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