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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그날 우린, 왜 그 손을 뜨겁게 잡아끌지 못했을까

입력 | 2014-04-21 03:00:00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맑음. 협주.
#105 Death Cab for Cutie
‘Transatlanticism’(2003년)




미국 4인조 록 밴드 ‘데스 캐브 포 큐티’. 데스 캐브 포 큐티 홈페이지

‘대서양이 오늘 태어났어/어떻게 된 건지 내가 말해줄게 …머리 위 구름들이 열리고 퍼붓기 시작했지.’(‘트랜스애틀랜티시즘’ 중)

요 며칠, 날 둘러싼 무기력의 인력이 주변의 모든 무기력을 필사적으로 끌어당겨 거대한 무기력을 만들어냈다. 이 나이 먹도록 수영도 못하는 나는 바다가 둘러친 공포의 장막을 상상도 못하겠고, 깊고 깊은 동굴의 아가리 속을 훔쳐보듯 아득한 정신으로 TV 화면을 바라본다.

‘구멍이 난 구체의 표면에 나는 서 있었어/그때 물이 모든 구멍을 다 메웠지 …수천수만 개가 바다를 만들었고/섬이 가선 안 되는 곳에 섬들이 만들어졌어.’

1997년 미국 워싱턴 주에서 결성된 4인조 인디 록 밴드 ‘데스 캐브 포 큐티’의 노래 ‘트랜스애틀랜티시즘(대서양 횡단·2003년)’은 같은 제목의 음반에 실린, 7분 55초에 달하는 긴 곡이다. 수중의 선체를 두드리는 듯한 일정한 소리의 리듬을 타고 피아노의 단순한 화성진행(A-C#m-D-F#m(-E))은 돌고래의 초음파처럼 반복적으로 퍼져 나간다. 예쁜 멜로디와 모호한 노랫말을 나른하게 실어 나르는 보컬 벤 기버드의 천진한 목소리….

‘사람들은 기뻐했어/보트를 탔지 …내가 보기에 그건 호수라기보다는 해자 같았어 …평지를 건너 너의 문을 향해 가는 내 발자국 소리, 그 리듬은 영원히 잦아들었고 …노를 저어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졌어/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이야기는 곡이 시작한 지 3분 만에 끝이 난다. 나머지 4분 55초는 드럼, 베이스기타, 기타, 피아노가 미니멀한 패턴을 완만한 언덕 올라가듯 매우 느리고 집요하게 반복하는 크레셴도에 할애된다.

건널 수 없는 바다가, 섬이 사람들 사이에 생겼다. 서로를 끌던 인력은 느슨해졌다. 부여잡았던 손이 느슨히 풀린 그날부터인지 모른다. 남몰래 다 함께 연주한 무기력의 크레셴도.

‘네가 훨씬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해. …이리로 오렴. 이리로 오렴. 이리로 오렴. 이리로 오… 이리로… 이리….’

우린 그날 왜 그 손을 뜨겁게 잡아끌지 못했을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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