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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 안행부 → 총리’ 수습주체 혼선… 현장에 맡겨라

입력 | 2014-04-19 03:00:00

[진도 여객선 침몰]우왕좌왕 컨트롤타워, 대책은 없나
美 9·11땐 지역소방서가 지휘… ‘중앙부처가 통제’ 발상전환 시급
현장 잘아는 전문가가 총괄 필요… 허울뿐인 사고 매뉴얼도 바꿔야




목숨 건 구조 18일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잠수대원이 유속 시속 7∼8km, 시계 20cm인 거친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생명줄 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지만 대원들은 ‘배 안에 기적을 기다리는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기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이날 잠수대원들은 오전 10시경 식당 공간에 공기를 주입하고 오후 3시 반경 2층 화물칸 진입에 성공했다. 진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우리 정부가 사고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3차례 바꾸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데 반해 해외에서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재난사고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났을 때 사고 현장인 세계무역센터를 관할하는 지역 소방서가 구조현장을 지휘했다. 연방수사국이나 뉴욕 시 등 상급 단체들도 상황판단만큼은 일개 소방서에 맡겼다. 사고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현장 지휘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 한 안전단체 협회장은 “재난 대처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중앙 공무원들이 사고 대처에 나선 것이 세월호 사건이 대형 참사로 번진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차라리 ‘현장’에 맡겨라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재난의 경우 현장의 상황판단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사고 직후 수습에 나선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행정가’는 있지만 ‘위기관리 전문가’가 없다”며 “실제로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지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처음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50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구조 체계는 허술했다. 해경과 해군, 어선까지 대거 투입됐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인명 구조에 나섰다. 해경 등은 승무원들이 전원 탈출한 배 옆에서 2시간 동안 학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

또 사고 직후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됐다가 다시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고 이 과정에서 구조자 명단이 뒤바뀌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정부는 17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 설치 계획을 밝혔다가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사고 사흘째까지 ‘수습 주체’가 계속 바뀐 것이다. 초기 대응체계가 부실하다보니 사고 직후 구조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실수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형 사고의 경우 서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상황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지역 현장이 초동조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방 해양대 교수는 “현장 지휘관에게 지휘가 아닌 ‘보고’만 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계속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상급기관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지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항공과 철도 사고조사에 특화된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처럼 해양사고의 원인조사와 안전관리 대책을 평상시에 마련할 수 있는 별도의 해양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공균 전 한국선급회장은 “평시에 해수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해상재난위원회 같은 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무의미한 ‘사고 매뉴얼’ 바꿔라

이번 사고처럼 긴급하게 배에서 탈출해야 하는 ‘퇴선’ 상황에서 세월호 승무원들은 승객 대피를 위해 구명정이나 구명뗏목, 사다리 등을 내려야 한다. 세월호에서는 선장이 선내를 총지휘하고 다음 직책인 1등 항해사가 대피 현장을 지휘한다. 또 선내에서 키를 잡는 조타수와 기관사는 구명뗏목, 선내 관리직인 조기장 휘하 기관 조수들은 사다리를 바다로 투하해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가장 먼저 선박에서 대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장 이준석 씨(69) 외에도 구명뗏목이나 사다리 투하 임무를 맡은 핵심 승무원 대부분이 비상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국내 선원법에 따르면 세월호(6825t)와 같은 500t 이상 대형 선박은 열흘에 한 번 해경 입회하에 재난 훈련을 실시해야 하지만 실제 훈련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창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사고 상황을 보면 세월호 승무원들은 비상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처가 미숙했다”며 “비상 훈련 기준과 강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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