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發 유통혁명]<하>바이슈머 급증-병행수입 확대-아마존 상륙 가시화
전 씨처럼 해외직구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바이슈머(Buyer+Consumer·용어설명 참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바이슈머가 이끄는 소비자발(發) 유통혁명을 거들고 나섰다. 정부는 해외직구 장벽을 낮추고 병행수입(공식 수업업체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가 도매상 등과 계약해 상품을 들여오는 것)을 활성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과연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동아일보 취재 결과 대다수 업체들이 나름대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들의 현실 인식이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 백화점은 고급화, 온라인몰은 맞춤 마케팅
이와 관련해 주요 백화점들은 “결국 고급화가 답”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유행을 선도할 만한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발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조만간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편집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마트들은 병행수입과 직수입을 통해 타개책을 찾는 중이다. 이들은 이미 병행수입·직수입 확대를 통해 해외직구 수요를 일정부분 흡수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해외 유통채널과 비교해서도 새롭고 값싼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유통환경 급변에 민감한 온라인몰들은 다른 유통채널들보다 한층 더 신경을 쓰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아마존 같은 잠재적·직접적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1번가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양을 늘리고 있다. 또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과 연관된 상품을 추천하고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이는 모두 아마존이 사용하고 있는 개인화 마케팅 방법들이다. 전효순 11번가 마케팅실 팀장은 “아직 아마존만큼은 아니지만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이한 현실 인식… 큰코다칠 우려
외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파트너는 “배송이 느리고 반품이 힘든 것과 같은 해외직구의 위험 부담을 아마존이 직진출로 없애준다면 충분한 소비자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일본에 진출할 때처럼 국내 물류기업과 제휴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사 아마존이 직접 진출하지 않더라도 한글 웹사이트만 만들면 국내 업계에 큰 파란을 몰고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과거 유통업체들이 갖고 있던 힘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격에 점점 민감해지는 소비자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서비스·매장 차별화 같은 ‘비가격적 요소’는 더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제는 구조적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차별화 안 되고 고객 관리에 소홀한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과 이익률 하락으로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슈머(Buysumer) ::
한우신 hanwshin@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