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터지는 대형사고… 금융당국 책임론 불거져
금감원장, 10개 은행장 소집해 경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은행장회의’를 열어 “금융회사 경영진이 경영실적만 우선시하고 내부통제에 무관심해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경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솜방망이 금융당국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10개 시중은행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한 미증유의 금융사고들은 금융의 기본인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금융권의 반복되는 비리와 일탈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회사의 비리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근절하지 못했다. 사후약방문식의 뒷북 대응이나 과거의 대책을 반복하는 ‘재탕’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사고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는 당국의 방침은 지난해부터 반복된 얘기”라며 “2011년 고객정보 유출사고 때 최고경영자(CEO) 중징계가 나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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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카드 3사에 대한 제재도 과태료 600만 원과 영업 정지 3개월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을 검사해 모두 160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지만 해당 회사에 과태료 총 6억5520만 원, 기관경고나 주의 등 12건의 경징계 조치만 내렸다.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2명뿐이었다. 이민형 한국기업지배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수백, 수천억 원대 사고가 터졌어도 금융사에 물린 과태료가 최고 1억2500만 원이었다”며 “잘못에 비해 제재 수위가 한참 낮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때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 기조 속에서 금융감독 방향이 처벌보다 자문 중심으로 바뀌었고 일선 검사역의 감독 역량도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역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칼잡이’들이 사라져 검사가 무뎌진 측면이 있다”며 “감시망이 헐거워지고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전문성과 의지 부족도 문제로 지적한다. 당국자들이 퇴직 후 감사 등으로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금피아(금감원 출신)’ 선후배로 얽히는 금융사와 당국 간에 유착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사로 내려간 뒤 자연스럽게 유착 관계가 형성되면서 ‘봐주기식’ 처벌 같은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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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