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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너는 오늘 하루를 제대로 다 불태웠니”

입력 | 2014-04-14 03:00:00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100인을 바꾼 한마디




“나는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뇌종양 환자들의 ‘인생 여행 가이드’다.”

세계 뇌종양 치료 연구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51)는 젊은 시절,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되뇌곤 했다. 이 말은 그가 환자들을 돌보다 맞닥뜨린 한계와 절망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당시 매일같이 뇌종양 환자들을 만나야 했던 남 교수는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악성 뇌종양 환자들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절망적인 질병을 앞에 두고 의사로서 막막한 기분이었습니다. 환자와 나를 위한, 새로운 직업 철학이 절실했습니다.”

‘의사이자 인생 여행 가이드’가 되자는 생각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남 교수는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마지막 몇 주 동안 즐거운 여행을 하도록 안내하고, 다음 ‘여행자’에게는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지쳐 있던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남 교수는 “더 나아가 의사들에게 병마(病魔)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그 덕에 혁신적 치료 방법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남 교수의 연구팀이 최근 선보인 ‘뇌종양 아바타 마우스 실험법’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이 실험법은 사람의 뇌종양 조직을 동물(쥐)에게 주입한 후 어떤 항암치료가 가장 효과적일지 미리 실험해 보는 것이다.

○ 100인의 인생을 바꾼 ‘한마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44·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는 오빠와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던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물끄러미 지는 해를 보던 오빠는 그에게 “너는 오늘 하루를 제대로 다 불태웠니”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그제야 자신이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다음 날부터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김소희가 돌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다른 반 친구들이 구경을 올 정도였다. 김 대표는 “나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사람 중에는 이처럼 강력한 ‘한마디’에 힘입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한마디는 때로는 남의 입에서, 때로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선경 고려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57)는 1994년 미국에서 임상의사로 일할 당시 들려온 ‘마음의 소리’ 덕에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됐다. 당시 그는 모교인 고려대로의 부임이 늦어지고 남들보다 유학생활이 길어지는 데 지쳐가고 있었다. 선 교수는 “모든 게 내 능력 부족 같았다”며 “거울을 보며 ‘넌 뭐하는 놈이냐’고 자책하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날도 ‘내가 봐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스스로를 탓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마음속에서 들려왔습니다.”

내면으로부터의 이 한마디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미국 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40대 초에 늦깎이로 고려대에 부임했지만 선 교수는 이제 인공장기 연구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종종 학생들에게 “자신을 미워하지 마라. 자기 자신과 먼저 화해를 하면 극적인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해준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56)는 ‘미래에 있을 자신의 장례식을 생각해 보라. 부인과 자식들이 당신을 어떻게 회상할 것 같은가’라는 구절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 그는 “지금은 가족관계에서 90점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한마디를 알기 전까지의 생활은 낙제점이었다”며 “그 한마디가 일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경종을 울려줬다”고 말했다.

○ ‘나’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져라


그렇다면 이들이 10년 뒤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일까. 특별취재팀은 100인에게 ‘10년 후를 대비해 자녀 또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의 답변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종합한 결과, 가장 빈도가 높은 단어는 ‘자신’ ‘자기’ ‘나’ ‘스스로’ 등이었다. 10년 뒤를 대비해 스펙이나 실력을 쌓는 것보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고 강조한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38)는 “나다운 게 뭔지 알아야 한다”며 “성공이나 행복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룬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50·여)는 “주변 사람들이 원하고 부러워하는 삶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욱 VCNC 대표(29)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살려면 ‘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100인들은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주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47)는 “한번 살다 가는 인생에서 정말 애타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G드래곤(본명 권지용·26)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라”고 강조했다. 홍성진 경위(33·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드는 일은 너무 편하고 쉽다”고 말했다.
▼ “잘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모든 게 다 풀려” ▼

소설가 손보미 인생지침서 ‘스윙댄스’


소설가 손보미

스윙댄스. 춤을 춘다는 건 참 위로가 되는 일이다. 춤을 배우며, 혹은 춤을 추며 느꼈던 감정이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 춤을 출 때 중요한 건 몸의 무게중심을 잘 잡는 것이다. 몸의 중앙, 그러니까 배 부분은 힘을 줘서 무겁게 만들고, 나머지 부분(어깨나, 팔 그리고 목)은 힘을 풀고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온몸이 딱딱하면 춤을 출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빼려고 노력해도 잘되지 않았다. 내 몸은 마치 목각인형처럼 딱딱하기만 했다.

나중에 나는 내 몸이 딱딱한 것은, 거꾸로 내가 배에 힘을 제대로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잘 안되는 부분’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잘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도 소설을 쓰는 게 힘들거나, 어떤 일이 잘 안될 때, 그래서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이 들 때, 이런 사실을 떠올려 본다. 내가 잘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잘 안되는 건 저절로 해결될 거야, 하고. 지금 열심히 하기만 하면 언젠가 나 스스로 훌륭하게 균형을,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될 거야, 하고.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잘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자, 내가 잘 못하는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자, 하고 나 자신을 다독거리곤 한다.

100인 추천위원(가나다순)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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