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상용화 20년]<상>2034년 김미래씨의 하루
김 씨가 일어날 때쯤 주방에서는 이미 향긋한 커피 향이 나고 있다. 전기포트가 침대 센서와 교신해 알아서 때맞춰 끓인 커피다. 김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걷는 동안 홀로그램 기기는 김 씨의 눈앞에 모니터를 투사해 그날의 뉴스를 보여준다.
김 씨가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로 다가가니 ‘다음 주 수요일이면 커피가 떨어질 텐데 온라인에서 세일 중인 제품을 사시겠어요’라는 멘트와 함께 제품 목록이 뜬다. 김 씨는 몇 마디 말로 제품 구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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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인터넷이 바꿔 놓을 세상
위 상황은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예견한 미래의 어느 날 아침 풍경을 재구성한 것이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전문가들은 20년쯤 뒤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사물인터넷’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논의되는 미래형 인터넷의 최대 화두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만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지만 앞으로는 센서가 심어진 기계(사물)끼리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으로 교신하고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 사물인터넷의 핵심 개념이다.
사물인터넷은 지금까지는 전혀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사물 간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데이터가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만날 경우 기업들의 비즈니스나 소비자들의 유통 구매 패턴뿐 아니라 에너지, 치안,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여기에 홀로그램 가상현실 기술, 로봇기술,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 등이 결합되면 20년 뒤 인간의 삶은 현재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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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
미래 인터넷에서 또 하나의 화두는 ‘인터넷 사용 인구의 폭증’이다. 인터넷에 대해 흔히들 ‘세계를 연결한다’고 하지만 사실 2014년 현재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약 70억 명)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약 25억 명 수준이다. 그러나 20년 뒤에는 저 멀리 사막 한가운데에 사는 사람까지도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라는 게 인터넷 선도 기업들의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북 주도로 삼성전자, 에릭손, 노키아, 퀄컴, 오페라, 미디어텍 등 세계적 IT 업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 프로젝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닷오알지의 목표는 아직 연결되지 않은 세계 3분의 2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이미 연결된 사람들이 누리는 것과 동일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이 연결되면 원하는 정부를 선택할 수 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인터넷 설비가 구축되지 않은 곳을 인터넷과 연결하기 위해 인터넷닷오알지는 일종의 중계기 격인 무인 항공기 1만여 대, 그리고 소규모 자체 위성들을 띄우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이 같은 인터넷 연결 프로젝트 가속화를 위해 ‘커넥티비티 랩’이라는 조직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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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의 미래 성장에는 큰 장애물도 있다. 보안 문제 및 사생활 침해 이슈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사건 등에서 보듯 인터넷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보안 위협은 이전의 그 어떤 보안 위협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 자동차 등의 분야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고 자동 투약, 무인 운행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인터넷 보안 위협은 곧 인간의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슈밋 회장은 “미래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性)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만큼이나 사생활과 보안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