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발라드는 봄바람을 타고….’ 남녀가수들이 혼성 듀엣곡을 잇따라 내놓으며 달콤한 발라드곡으로 귀를 간질이고 있다. 아이유와 신인 남성그룹 하이포, 정기고와 씨스타의 소유, 남매인 악동뮤지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이 한 팀을 이루었다. 사진제공|N.A.P엔터테인먼트·동아닷컴DB·YG엔터테인먼트
■ 혼성 듀엣곡 음원차트 점령, 왜?
소유·정기고의 ‘썸’ 롱런 히트 파급 효과
스트리밍 소비 패턴과 계절적 요인 부합
제작자들 다양한 남녀 조합 만들기 열중
‘썸’의 후광 효과일까. 남녀가수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달콤한 발라드 계열의 음악이 국내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이들 6∼7개의 혼성곡이 음원차트 10위권에 오른 것은, 부드러운 음악을 선호하는 디지털 음원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와 함께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소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음악사이트 지니의 KT뮤직 최윤선 홍보영업팀장은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가 스마트폰을 통한 스트리밍 기반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귀에 거슬리지 않고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많이 듣게 된다”면서 “이지 리스닝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이어 “남녀가수가 노래를 주고받는 부드러운 혼성 듀엣곡은 이 같은 트렌드에 가장 최적화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대외협력팀 방지연 씨는 “대중의 음악 선곡은 그날그날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봄이라는 계절적 요소가 부드럽고 편안한 혼성 듀엣곡을 즐기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음악 제작자들도 상품 경쟁력을 위해 갖가지 전략을 쓴다. 소속사의 다른 팀에 속한 멤버들을 듀오로 만들거나, 친분 있는 유명 가수를 영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남녀 조합을 만들어 ‘포스트 썸’ 만들기에 열중한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정기고의 정식 메이저 데뷔 음반에 앞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또 다른 소속팀인 씨스타의 소유와 짝을 이룬 ‘썸’을 내놨다. 하이포 소속사 N.A.P엔터테인먼트 역시 하이포가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동료 아이유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이포와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말고’는 8일 공개와 동시에 수록곡 11곡을 1위부터 11위까지 올려놓는 ‘줄 세우기’를 한 악동뮤지션을 밀어내며 기염을 토했다. 소유·정기고 ‘썸’ 역시 지난 2개월 동안 소녀시대 ‘미스터미스터’, 투애니원 ‘컴백 홈’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며 널리 불렸다.
● CLIP. 피처링, 듀엣, 컬래버레이션은?
‘다른 가수의 연주나 노래에 참여한다’는 개념상으로는 언뜻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피처링’(Featuring)은 곡을 발표하는 가수가 주체이고, 피처링에 참여한 가수가 게스트인 개념. 참여 가수의 파트는 주체가 되는 가수의 것보다 분량이 적다. 노래(멜로디) 파트가 없는 힙합음악에서부터 먼저 사용됐고 이후 다양한 장르로 옮겨졌다. ‘듀엣’(duet)은 이중창이나 이중주로, 원 가수 외에 1명이 더 참여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슷한 음악 스타일을 가진 가수들이 파트를 나눠 부르는 것을 말한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업, 즉 공동 작업을 의미한다. 듀엣이나 피처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가수들이 작곡이나, 작사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