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쓰는 오클랜드 10층 건물에 주소지
문제의 회계법인 건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챗필드 회계법인 건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관련 있는 17개 법인이 모두 주소지로 삼은 곳이다. 오클랜드=이윤상 채널A 기자 yy27@donga.com
이 건물 10층에 있는 회계법인으로 찾아가자 한국인 직원이 나왔다. “허 전 회장의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이 회사밖에 없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한국인 직원은 “담당자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한참 뒤 뉴질랜드 여직원이 나와서 “나가 주세요, 많이 바빠요(Please leave! It’s very busy)”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곳을 주소로 둔 서류상 회사인 가나다개발은 허 전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1월 2일에 설립됐는데, 그해 10월 앨버트스트리트에 있는 4417m² 규모의 윌슨 주차장을 2450만 달러(약 220억 원)에 매입한 뒤 7년 뒤 중국계 부동산 개발업체에 490억 원에 팔았다. 시세 차익을 무려 270억 원이나 거둔 것이다. 이 땅에는 당초 900채, 4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 했지만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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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 회장이 현지 법인 17곳 소재지를 모두 같은 회계법인에 둔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통상 서류상 회사는 적은 비용으로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회계법인에 본사를 두는 사례가 많다. 뉴질랜드의 한 변호사는 “현지 법에는 본사 주소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서류상 회사를 통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3만 명 안팎의 현지 교민 사회는 허 전 회장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교민은 “허 전 회장이 주로 돈 많은 중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했지 한인들과는 교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이윤상 채널A 기자 yy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