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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尾生之信’ 꺼내든 安… 靑에 공천폐지 화살

입력 | 2014-03-31 03:00:00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朴대통령에 ‘기초공천’ 회담 제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를 비롯해 정국 현안을 직접 만나 논의하자”며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대여 공세로 방향 전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박 대통령 조준은 내부 분란 단속용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0년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던 박 대통령을 중국 고사 ‘미생지신(尾生之信)’을 통해 비판한 것을 인용했다.

당시 정 대표가 미생의 고지식함을 빗대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미생은 진정성이 있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지금 박 대통령은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나”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도 지키라고 압박한 것이다.

결국 안 대표는 이번 회담 제의를 통해 지방선거 구도를 ‘새 정치’ 대 ‘구 정치’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화살을 청와대로 돌려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당내의 강경한 목소리를 잠재우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실제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 창당한 직후인 지난 주말 신경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공개 석상에서 무공천 재검토를 촉구했다. 486 중심의 3선 모임인 ‘혁신모임’은 당 지도부가 단식투쟁이라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대표도 더이상 당내 논란을 방치할 경우 창당효과마저 반감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 회담 공세 효과는 미지수

그러나 박 대통령과 여당이 무대응으로 나올 경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안 대표의 핵심적 고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도입과 이를 위한 지방선거 실시를 촉구하면서 13일간 단식을 해 뜻을 이룬 적이 있다. 그러나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당내 강경파에서 주장한 단식투쟁 등에 대해 “전혀 생각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여권은 시큰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받기 어려운 의제로 회담을 하자는 것은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야당 대표가 자주 해온 전형적인 정치 행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내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들어 돌리려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평가 절하했다.

○ 홍보물엔 ‘공천 찬성’이 더 많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이날 서울역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배포한 홍보물에 표기가 잘못돼 논란이 벌어졌다. ‘공천 찬성’ 의견이 ‘공천 반대’ 의견보다 훨씬 높은 도표가 첨부됐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찬반 설문이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폐지’라는 단어가 빠지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 관계자는 “5000부를 만들었지만 절반만 돌리고 중단했다”고 전했다.

:: 미생지신(尾生之信) ::

중국의 노나라 미생이라는 사람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약속 장소인 다리 밑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리다 물에 빠져 죽은 고사에서 유래했다. 신의의 중요성을 꼽는 일화로 활용되지만, 작은 명분에 집착하는 융통성 없음을 꼬집을 때도 쓰인다.

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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