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펑크/줄리언 어산지, 제이컵 아펠바움, 앤디 뮐러마군, 제레미 지메르망 지음·박세연 옮김/240쪽·1만4000원·열린책들
그렇다고 종이편지로 대신할 순 없다. 변화된 기술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현대 정보 사회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암호(cypher)’ 기술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책 제목을 ‘사이버(cyber)펑크’로 잘못 읽기 쉽다. 조금은 생소한 ‘사이퍼펑크’가 진짜 제목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수한 것도 아니다. 둘은 연결된 개념이다. 강대국 정보기관의 눈엣가시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언 어산지가 사이버-사이퍼 펑크의 흐름을 갈라 잡는다.
이에 권력이 제시하는 암호 표준에 맞서 사회·정치적 변화의 주도권을 쥐자는 운동이 바로 사이퍼펑크다. 위키리크스가 이 운동의 정치적 표출이라면, 최근 파일공유(P2P) 방식의 전자화폐로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은 경제적 사이퍼펑크다. 초감시 사회 안의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저항 근거지다.
이 책은 어산지 외에도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한 온라인 익명시스템인 ‘토르 프로젝트’의 개발자 제이컵 아펠바움, 유럽 디지털권리(EDRI) 공동 설립자 앤디 뮐러마군 등도 등장한다. 암호무정부주의(crypto-anarchist)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대담집이라 쉽진 않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