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자동차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지만 출시됐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자동차도 많다. 반대로 머스탱, 골프, 캠리처럼 자동차 회사보다 승용차 이름이 더 알려진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차량은 반세기 이상 전 세계 도로를 달리면서 여전히 장수하고 있다.
비틀을 대체하기 위해 1974년 첫 선을 보인 ‘골프’도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골프는 지난해 7세대까지 등장했고, 친환경과 고효율성이 돋보이는 하이브리드(골프 GTE)와 전기차(e-골프) 버전 출시를 앞두는 등 계속 진화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도 66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47년 ‘170 V(136 시리즈)’로 시작해 현재 9세대 ’더 뉴 E클래스’까지 등장했다. 특히 신차는 한국계 디자이너 이일환(휴버트 리) 총괄디렉터가 직접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디젤 라인업 가세로 경쟁차 5시리즈와 벌어진 격차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6세대 포드 머스탱
‘근육질’이란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머슬카 포드 머스탱은 출력보다 토크에 중점을 두는 차로 유명하다. 미국 자동차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차량은 출전하는 모터스포츠마다 우승을 휩쓸며 유명세를 탔다.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6세대 머스탱은 V6, V8엔진과 함께 새롭게 도입된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다. 에코부스트 엔진은 최고출력 309마력에 최대토크 41.5kg.m를 발휘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각인된 캠리는 도요타의 최고 히트작이다. 1982년 출시된 캠리는 세계적으로 약 15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꼽힌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시장을 장악한 결과다. 하지만 2009년 미국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맛본 차다. 최신작 7세대 캠리와 하이브리드 모델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높은 연비(16.4km/ℓ·하이브리드)를 달성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캠리는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서 처음 10위권에 진입하며 7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른바 ‘장수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국산차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쌍용자동차 코란도. 1세대 코란도는 1974년 신진지프자동차공업에 의해 탄생하게 됐고, 거화로 업체명을 변경한 뒤 1983년 2세대 코란도를 선보였다. 이 때 코란도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되는데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 ‘한국인이 해낸 차(Korean do it)’, ‘한국 땅을 뒤덮는 차(Korean land over)’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후 거화는 동아자동차가, 동아자동차를 다시 쌍용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회사는 쌍용차로 거듭난다. 쌍용차는 1996년 3세대 코란도로 황금기를 누렸다가 경영 위기를 겪고 기사회생해 현재 팔리고 있는 4세대 모델을 2011년 출시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쏘나타도 내년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1985년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소나타’는 이전 모델 ‘스텔라’를 기본으로 제작됐지만 고전했다. 하지만 2~4세대 쏘나타가 연이어 인기를 끌었고, 2004년 N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한 단계 발전한 현대차 독자 기술력를 보여줬다. 현대차는 다음 세대에서 디자인 철학을 적극 반영하면서 기존 세단의 형식을 깬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달 25일 새롭게 선보인 LF쏘나타는 성능·안전성·디자인·고객중심 등 4가지 철학을 강조하면서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