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기리는 안양 ‘김중업박물관’ 28일 국내 첫 개관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 그를 기념하는 공간이 됐다. 옛 제약회사의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김중업관’의 야경. 외부로 노출된 대형 구조물과 투명한 유리 벽면은 그의 초기 작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위쪽 사진). 김중업의 설계 사무실 벽면에는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10년 넘게 일본 프랑스 미국에서 살았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한국과 서양,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빚어냈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제공
그런 건축가를 기념하는 ‘김중업박물관’이 28일 문을 연다. 건축가를 기리는 박물관은 한국에선 처음이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에 들어선 김중업박물관은 그가 1959년 완공한 제약회사 유유산업 공장 건물 6개동(총면적 4596m²)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가 설계한 공장 건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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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동 서산부인과 모형
서강대와 부산대 본관, 건국대 도서관 등이 스승의 건축을 모방하고 변용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 전통의 미를 건물 배치와 지붕선에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 현대 건축의 원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지만 김중업은 프랑스 대사관이 예산 부족으로 설계비를 제때 주지 않아 부도 직전까지 갔었다(정인하, ‘김중업 건축론’).
이후엔 조형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보여 형식주의자라는 비난도 받는다. 이 시기의 대표작이 둥근 자궁처럼 곡선이 인상적인 서울 중구 신당동 서산부인과(1965년)와 바다를 향해 출항하는 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제주대 본관(1964년)이다. 제주대 본관 건물은 염분 섞인 해풍으로 건물이 부식돼 1996년 5월 논란 끝에 철거됐다.
건축가 김중업이 세계를 떠돌며 외국어로 남긴 깨알같은 메모와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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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개관에 맞춰 28일부터 6월 9일까지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개막전시가 열린다. ‘퍼블릭 스토리’를 주제로 박물관 곳곳에서 국내외 작가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안양=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