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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이산의 삶 고백

입력 | 2014-03-25 03:00:00

재외 여성작가 3인의 ‘노바디’전




조숙진 작가의 ‘프레임(Frames)’. 빈 액자 틀 200여 개로 이뤄진 작품은 존재와 부재가 뒤엉킨 세상을 대변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일단 고해성사. 솔직히 ‘노바디(Nobody)’ 하면 원더걸스부터 떠오른다. 그런 깜냥이다 보니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의 ‘세마(SeMa) 골드―노바디’ 전은 좀 버거웠다. 야구로 치면 오승환의 묵직한 ‘돌직구’ 같다고 할까. 그만큼 재외 여성작가 3인은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아우르는 주제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민영순(61)과 윤진미 조숙진(54)은 모두 북미에서 오래 거주해온 작가들이다. 여성이자 소수자로서 바라보는 세상은 결코 봄 햇살처럼 밝지 않다.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기에 무명(노바디)일 수밖에 없는 운명. 윤 작가가 캐나다 한인 67명의 증명사진(?)을 모은 작품 ‘67그룹(A Group of Sixty-Seven)’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찌릿하다. 캐나다는 1867년 연방이 설립됐고, 1967년 아시아계 이민을 허용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한국사를 관통하며 상처 입은 여성(그리고 이주노동자)을 주제로 삼은 민 작가나 죽음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파리하게 드러낸 조 작가의 작품도 다들 손에 땀이 찼다. 5월 18일까지. 무료. 02-2124-88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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