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맑음. 탈 날라. #101 오렌지 캬라멜 ‘까탈레나’ (2014년)
초밥 위에 얹힌 오렌지 캬라멜. 맛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캡처
인어가 초밥 되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인어가 초밥 되는 걸 보고 ‘사람 목숨이란 참 우스운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경박하고 얄팍한 이일 거다. 데뷔 이래 초지일관 ‘병맛코드(‘B급 취향’을 뜻하는 신조어)’를 내세워온 ‘오캬(오렌지 캬라멜의 약자)’는 이로써 또 한번 크게 주목받게 됐고, 레이디 가가의 다음 북미 순회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될 확률을 좀더 높였구나.
대형마트용 생선 포장에 한 명씩 들어간 오렌지 캬라멜 멤버들은 개당 4000원에서 세 차례 가격인하를 거쳐 2000원, 1000원, 급기야 세 개에 1000원으로 평가절하되지만, 이들 ‘인어(양식)’와 달리 개그맨 김대성이 여장한 ‘문어(자연산)’는 초지일관 개당 8000원이라서 부러움을 받는다는 내용의 이 비디오를 ‘유치하고 캐치한(catchy·귀를 잡아끄는) 후렴구와 안무에 아무런 의미 없는 콘셉트를 얹은 팝 쓰레기’라 치부한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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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인명경시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다 그만 흥분을…. 양식 인어가 자연산 문어에 비해 무려 24배나 싸지는 뮤직비디오 속 슬픈 산수가 상징하는 건, 제작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인명의 경중보다는 이런 저급 팝 문화와 고급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아님 말고.
미래의 내 아이가 ‘까탈레나’를 보고 “아빠는 333원짜리야, 8000원짜리야?”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닥치고 춤이나 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