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늦는 사람들이 싫었다. 걷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도 느린 나는, 늘 일찍 출발하려 애썼다. 그러니 “차가 너무 막혀서”. 쉽게 늦고 쉽게 변명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일을 할 때도 늦는 사람들이 싫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요즘 너무 바빠서.” 제 시간에 최선의 성과를 낼 자신이 없었다면, 그 일을 맡지 말았어야지. 남들보다 느리기에 늘 늦지 않으려 애쓰는 나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늦는 사람들을 싫어했던 것.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일 중 하나가 ‘늦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너는 왜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이 있었다. 내 감정을 깨닫는 것조차 나는 참 느려서,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도 한참 후에야 알게 됐던 것 같다. 아, 내가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했었구나. 그 사람은 알고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내 감정. 그제야 나는 미안해졌다. 느린 만큼 내 마음 또한 더 많이 들여다보고 살펴봤어야 했는데, 참 미안했다. 그 사람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일 중 하나는 또한,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니까. 남들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 끼치는 폐 또한 생각했어야 하는 거다. 내가 늦어, 내가 놓쳐버린 것. 그런데 그건, 사랑만도 아니었다.
미안해졌다, 나 자신에게. 나는 그렇게 얼마나 많은 내 안의 이야기들을 잃어버렸을까. 나는 그렇게 얼마나 많은 내 안의 꿈 또한 잃어버렸을까. 나는 참 느린 사람이다. 하지만 늦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느린 것과 늦는 것은 다르니까.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일 중 하나는 늦는 것이니까. 그것도 나 자신에게 늦는 것. 그렇게 내 안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니까.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