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전문가들이 본 토론
20일 오후 생중계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대해 전직 고위 경제관료 및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 ‘획기적인 형식’ vs ‘보여주기식 이벤트’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그동안 공무원만 모여 회의를 했는데 한마디로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들만 모였던 것 아니냐”며 “이번에는 민간인이 모였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규제가 국민과 기업에 어떤 불편을 주는지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눠 온 국민에게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장관들의 답변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부원장은 “장관들이 기업인들이 하는 질문의 디테일을 잘 따라가지 못 하더라”면서 “‘검토하겠다’ ‘앞으로 법을 개정하겠다’ 같은 말은 과거의 관행으로 보면 결국 안 한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생중계 토론’이라는 파격적 형식의 효율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전 자유기업원장)는 “각 분야 참석자들이 저마다의 민원을 읍소하는 식으로 규제개혁에 접근하다 보니 실제 효과가 큰 굵직한 규제는 건드리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훨씬 생산적인 방법이 있을 텐데 굳이 이런 식의 방법을 택한 것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 일회성 행사 안 되려면 성과 나와야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실제 집행을 어떻게 할지 상당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노동, 환경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세부 규제를 대폭 걷어낼 수 있는 한시적 특별법 등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경상 실장은 “국민이 규제개혁의 수혜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규제를 우선 개혁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회성 행사가 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대통령 임기 내내 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각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이 같은 자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오늘 회의에서도 ‘지난번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보고한 건데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회의를 꾸준히 하면 성과도 쌓이고, 미해결 과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산적인 방법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대통령이 규제개혁 성과에 따라 장관을 평가한다고 하면 공무원들에게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우 pjw@donga.com·홍수영·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