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 ‘그림자 규제’ 없애는 게 관건
정부가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규제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 규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행정지도나 지침 등 ‘보이지 않는 규제’를 없애야 국민이 규제개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업들 “규제개혁 효과 체감 못해”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개선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바람을 타고 ‘행정지도’나 ‘권고·지침’ 등의 형태를 띤 그림자 규제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림자 규제는 법이나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규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경제활동을 직접 제약한다는 점에서 국민에게는 규제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매일유업은 우유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정부가 대형마트를 통해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가격 인상률이 적정한지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8일 만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보험 민원 감축 표준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보험사들은 매 분기 민원 감축 목표와 실적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개선 대책에도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개혁 체감도는 2012년 96.5, 지난해 92.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며 “행정지도 등을 통해 공무원들이 그림자 규제를 양산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규제 개혁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가 규제를 없애도 기업활동을 실제로 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지자체 규제는 5만2541건으로 중앙정부 규제의 3.5배 수준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각 부처가 만든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례 등으로 만든 ‘위임 규제’들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자체 조례를 관리하지 않다 보니 각 부처가 법을 개정해 규제를 개선해도 지자체 조례에 따른 지방규제는 그대로 남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지자체 위임 규제 483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97개는 상위법이 개정됐는데도 남아 있는 규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에 사활을 건 정부가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공무원에 대해 감사를 통해 처벌하는 방안을 내놨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3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열고 “규제 혁신과 관련해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안일한 대응을 할 경우 복무관리 차원에서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행정부도 이날 지방규제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지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공무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근거가 규제에서 나오다 보니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감사 등을 피하기 위해 민원인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관행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