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상>LA 다저스 류현진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오른쪽)을 인터뷰하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 허구연 MBC 해설위원 제공
메이저리그 라커룸은 선수들의 은밀한 공간이다. 경기 전후 취재진의 출입이 허용되긴 하지만 수건 한 장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어떤 선수는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선수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오른쪽)을 인터뷰하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 허구연 MBC 해설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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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차 징크스는 없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루키이던 작년 14승 6패에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작년에 너무 빼어난 활약을 보인 탓에 2년 차 징크스를 걱정하는 팬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류현진이 올해 작년보다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철저한 준비 자세와 여유로운 모습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류현진이 덜렁거리는 것 같아도 이번 캠프 때 보니 몸을 정말 잘 만들어 왔다. 뱃살이 쏙 들어갔고 근육도 많이 늘었다. 작년 이맘때 류현진의 ‘흡연 논란’ 기사를 썼던 MLB.COM 켄 거닉 기자를 만났는데 류현진의 달라진 몸을 무척 높이 평가했다. 거닉 기자와는 1984년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에 있던 다저스 캠프에서 처음 만났는데 거의 30년째 다저스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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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올해도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잭 그링키에 이어 팀의 3선발을 맡는다. 그런데 현재까지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류현진이다. 11일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3안타(1홈런) 4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 공을 봤는데 제구가 정말 예술이었다. 몸쪽,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공의 힘과 구위, 제구 모든 면에서 다저스 투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 성공의 관건은 커브
작년에 류현진은 제구가 좋은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올 시즌의 결정구는 커브가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체인지업을 던지기는 좋지만 미끄러운 편이라 커브와 슬라이더 제구가 어렵다. 류현진은 작년에도 커브를 던졌지만 올해는 커브 사용 빈도를 더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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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기간 중 나를 감동시켰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밥을 사겠다고 했더니 류현진이 애리조나에 빌린 자기 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날 류현진이 손수 김치찌개를 끓여 나를 비롯한 5명을 대접했다. 디저트까지 준비했다. 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류현진의 깜짝 쇼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겉모습과는 달리 생각이 굉장히 깊은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즌 내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올해 역시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