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연설서 합병 공식화… 연방가입 협정서 초안도 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두마(하원) 연설에서 크림 반도 합병을 공식화했다. 전날만 해도 미국 등 서방과의 전면 대결을 우려한 푸틴 대통령이 합병 대신 ‘실효적 지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는 마이동풍(馬耳東風)에 불과했다.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크림자치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과 크림의 러시아 연방 가입에 관한 협정서 초안에 보란 듯이 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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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러시아가 크림 반도 이외 지역을 취할 것이라는 (서방의) 말을 믿지 마라. 필요 없다”며 크림 반도 이외의 지역에 대한 움직임을 자제할 뜻임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펴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는 맷집이 없다는 푸틴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크게 세 차례 대립했으며 모두 푸틴 대통령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체포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허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 중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응징을 추진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반대를 넘지 못했다. 최근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러시아의 반(反)동성애법 제정 문제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개회식 불참을 선언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소치 올림픽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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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국가두마 연설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정치·군사 중립화, 자치연방제 확립, 러시아어 공용어 지정 등을 서방 측에 제안했지만 EU 외교장관들은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